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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개구리논 토종볍씨 모판만들기

물푸레생태교육센터 2020. 4. 24. 15:40

토종볍씨 모판만들기 – 4월 21일 화요일. 날씨 맑음

맑은 하늘이었지만 바람이 몹시 불고, 봄답지 않은 추운 날이었습니다. 뾰족하게 싹을 틔운 토종볍씨 3종으로 강서구 오곡동의 논짱 하우스에서 모판 만들기를 했습니다. 바쁜 시간 쪼개 나오신 물푸레생태교육센터 김채경 이사장님, 은평국 활동가 박금자 전미경선생님, 강서국 활동가 차정숙 하순희선생님이 함께 참여하셨어요.

흙을 모판에 평평하게 넣어주고, 물을 충분히 뿌린 후 볍씨를 한판에 100그램정도 뿌려줍니다. 너무 성글거나 배지 않게 고른 밀도로 뿌리는게 중요하지요. 가볍게 눌러 흙에 앉히고 나서 흙을 덮어주었습니다.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고운 흙이 날아 아프게 얼굴을 때립니다. 눈도 뜨기 힘든 와중이었지만 볍씨위에 올린 흙이 날아가는게 더 걱정이었어요. 흙을 충분히 덮고 살짝 눌러주어 볍씨가 흙이불 잘 덮고 있을 수 있도록 했어요.

다백조, 진나, 한양조 모판이 각각 10판이 넘게 나왔어요. 염수선 과정에서 뜬 것 많이 골라낸 한양조는 11판이었지만 진나는 13판, 다백조는 14판이나 나왔답니다. 제대로 자라서 모내기를 한다면 적어도 300평쯤 할 수 있는 양이네요.

지난 일요일에 만든 모판을 못자리에 올리다가 200판이 넘게 엎어지는 바람에 추청 모판이 부족하게 되었다는 논짱 얘기를 듣고, 점심을 먹고 난 오후엔 기계로 추청모판을 더 만들게 되었어요.

모판기계의 돌아가는 컨베이어 속도에 맞추어 모판을 얹고 투입구로 흙을 부어주면, 흙을 평평하게 넣고 물을 뿌리고 볍씨를 얹는 작업은 절로 되어 모판이 나옵니다. 이것을 제때 받아서 차곡차곡 쌓아주면 되는 거죠.

하지만 사람의 속도가 아닌 기계의 속도에 맞추다보니 여간 힘들지 않았어요. 바람이 거센 탓에 정신이 없었기도 했지만, 서로 대화를 할 겨를이 없어 일만 하니 기계의 일부가 되어 버린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누군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같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닌게 아니라 바로 그 느낌이었어요.ㅋㅋ

트럭에 차곡차곡 모판을 쌓고는 겨우 다 했나 싶었는데, 사실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는.. 못자리로 옮겨간 모판을 나란히 줄지어 얹고, 부직포로 덮어주는 것이 마지막 작업입니다. 난이도를 따지자면 오늘의 최고난도 작업입니다. 이미 물이 들어있는 못자리는 진흙 속에서 누군가 종아리를 붙들고 있는 듯 엄청난 점도를 자랑하고 있었거든요.

이 작업 역시 움직이는 트랙터의 속도에 맞추어 모판을 내리고 앉혀야 했기 때문에 허리를 펴고 쉴 틈이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진흙 때문에 자꾸 벗겨지는 장화를 끌어올리랴, 나가는 트랙터 속도에 맞춰 모판 건내고 받으랴, 줄이 비뚤지 않나 가늠하랴.. 와중에 콧노래 흥얼거리신 이사장님, 참으로 리스펙트!!

나란히 두줄로 앉힌 모판에는 비닐이 부착된 부직포를 덮고, 흙으로 가장자리를 마감해 보온을 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끈적끈적하고 무거운지, 진흙을 삽으로 뜨는 것도 쉽지 않았지요.

포근한 부직포 안에서 쑥쑥 잘 자라다오~ 빌어주면서 일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손발 척척 맞춰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우리 물푸레의 멋진 활동가샘들! 감사합니다. 정말 수고하셨어요.^^